디펜딩 챔피언이자 시드 넘버1인 아그네츠카 라드반스카가 5번시드 바바라 렙첸코(미국)에게 1:2(7-6(4) 2-6 2-6)로 풀세트 접전 끝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2시간 7분에 걸쳐 펼쳐진 둘의 경기는 실로 난타전의 연속이었다.

 

 

 렙첸코는 어제 한나래를 2:0(7-5 6-1)으로 이기고 올라왔다. 라드반스카를 누른 렙첸코는 흡사 라파엘 나달과 같았다. 왼손 플레이어에 스트로크 스타일도 헤비 톱스핀을 많이 걸었다. 렙첸코는 인터뷰에서 상대가 매우 어려운 선수인줄을 알기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게임을 했다고 말했다.

 

라드반스카는 세트 시작을 모두 좋게 시작했다. 1세트를 제외하고 2,3세트 모두 렙첸코의 첫 서브를 브레이크 시키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1세트는 4:1에서 내리 게임을 내주며 타이브레이크 가서 7-4로 간신히 이겼으나 2,3세트는 2:0에서 나머지 모든 게임을 내리 렙첸코에게 내주고 말았다.

 

▲ 렙첸코의 강하면서도 양쪽 사이드라인 가까이 날아오는 볼에 라드반스카는 좌우로 쉴새없이 뛰어 다녀야 했다.

 

강력한 리턴 보다는 안전하고 정확하게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지점으로 볼을 보내는 라드반스카의 리턴은 비교적 약한 편이다. 라드반스카가 목표로 하는 지점으로 볼이 날아 가지 않을 때는 상대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포핸드 보다는 백핸드에서 많은 범실을 보이자 렙첸코는 자신의 서브를 최대한 라드반스카의 백핸드 쪽으로 보냈다. 평균 160km/h의 렙첸코의 서브는 라드반스카의 백핸드쪽 사이드 라인 가까이 떨어졌고 라드반스카의 리턴은 짧았다. 렙첸코는 그 볼을 놓치지 않았다. 볼이 짧아지면 베이스라인 안쪽 깊숙이 들어와 포핸드를 날렸고 볼이 길면 반대편 사이드 라인쪽으로 볼을 보냈다. 렙첸코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백핸드 쪽으로만 서브를 넣자 라드반스카는 아예 사이드라인과 베이스라인의 꼭지점에서 리턴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이미 상승기류를 잡은 렙첸코를 당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렙첸코는 이제 포핸드와 백핸드 사이드 라인을 번갈아 가며 서브를 넣었고 그것 역시 효과적으로 라드반스카를 괴롭혔다.

 

▲ 렙첸코가 자신의 백핸드 쪽으로만 서브를 넣자 아에 사이드라인 가까이 서서 볼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세컨 서브 리턴 준비중이다.

 

이번 게임은 라드반스카가 못한 보다는 렙첸코가 지능적으로 플레이를 잘했다고 보는것이 맞을것 같다. 상대편의 에러를 유도하는 볼로 끝까지 찬스 볼을 기다리는 라드반스카의 플레이 스타일에 렙첸코가 말려들지 않았다. 렙첸코는 자신의 에러를 줄이며 길게 길게 양 사이드로 볼을 보냈다. 라드반스카 역시 렙첸코와 같았으나 둘에게서 차이 나는 것이 있었다. 바로 파워다. 둘의 시합은 이번 기아코리아오픈에서 가장 많은 랠리를 기록했다.

 

 

오랜 랠리에도 렙첸코가 에러를 하지 않고 파워가 실린 스트로크를 보내오니 라드반스카는 밀리기 시작했다. 라드반스카의 선택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의 특기인 변칙 플레이다. 슬라이스 포핸드를 쳐보고 문볼을 쳐봐도 볼은 여전히 코트를 넘어왔다. 결국 드롭샷을 놨다. 그러나 렙첸코는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달려와 볼을 넘겼다. 라드반스카가 다시 받아 넘긴 볼은 렙첸코의 수비 영역 안에 있었다. 더 이상 라드반스카는 시도 할 것이 없었다. 

 

 

 눈에 이진수 토너먼트 디렉터가 들어왔다. 팔짱을 낀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의 시나리오가 완성되려면 라드반스카가 결승에 올라 줘야한다. 그는 마지막 게임이 시작 되기 전 자리를 떴다. 라드반스카의 팔을 도배한 테이핑처럼 경기에 진 라드반스카나 그것을 바라보는 이진수 토너먼트 디렉터나 쓰라림이 마음 가득 도배 되었을게다. 라드반스카는 경기에 진 후 자신의 코치와 한참을 언성을 높여 대화를 나눴다.

 

▲ 라드반스카가 마지막 포인트를 잃고 고개를 숙인채 걸어 나오고 있다.

 

라드반스카는 떨어졌다. 그러나 얼굴도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한 여자 나달이 4강에 올랐다. 이번 결승에는 경품으로 기아자동차 소울이 준비되어 있다. 준결승, 결승은 오후 12시부터 시작한다. 예년과 달리 결승은 복식을 먼저하고 단식으로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