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되면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이 많다. 테니스 선수들은 1년내내 투어를 다닌다. 여행 중 안전사고나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하지만 소지품을 분실하지 않게 단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그만 물건이라도 잃어버리면 여행 내내 마음 상하고 찜찜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잘 챙기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 밖의 분실 예방법을 살펴보자.

가볍게 다닌다: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는 것이 초보 여행자의 특징이다. 여행 경험이 쌓일수록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짐을 쌀 때 ‘가져갈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무조건 빼놓는 것이 정답. 부조금 ‘5만원 할까 10만원 할까’ 고민될 때는 ‘무조건 많은 쪽으로 하라’는 충고와는 정 반대라 할 수 있다. 짐이 무겁고 많을수록 잃어바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짐의 개수도 가급적 2개 이내로 줄이는 것이 요령. 사람 손은 두 개인데 짐이 3개가 되면 등에 짊어지거나 어깨에 메지 않는 한 간수하기가 어려워진다. 때로 지갑을 꺼내거나 표와 여권을 들어야 할 때도 있으니 한 손은 비워두는 것이 좋다. 영어로는 ‘Travel light’라고 하는데 이때 ‘light’는 ‘가볍게’라는 부사. 혹시 ‘Travel lightly.’라고 했다가는 ‘여행을 경솔하게 다닌다’는 말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일정한 곳에 둔다: 옷에 넣어두는 소지품이든, 가방이나 배낭에 넣어두는 휴대품이든 모든 물건은 일정한 자리를 정해 그곳에 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선 필요할 때 찾기가 힘들고, 다시 넣어둘 곳도 마땅치 않다. 또 물건을 여기저기 옮겨 두게 되면 어떤 것이 없어졌을 때 금방 눈에 띄지 않아서 잃어버릴 공산이 커진다. 여행 직전에 짐을 싸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미리 싸두는 것도 중요하다. 귀중품은 별도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여행지와 일정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전대와 목지갑 등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 여권과 현금, 신용카드 등은 공용샤워장 같은 곳에서도 맡겨서는 안 되고 반드시 곁에 둔다. 약간의 비상금과 현금카드, 여권복사본 등을 별도로 갈무리한다.

한 번씩 뒤 돌아본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내가 가져가는 물건이 무엇인지 챙겨두고, 가능하면 목록을 작성한다. 택시나 버스, 기차 등을 타고 이동 중에는 내가 앉은 좌석에서 안쪽에다 가방이나 배낭을 놓지 말고 반드시 나와 통로 사이에다 두도록 습관화한다. 숙소 방을 떠나거나 교통수단에서 내릴 때는 꼭 최종 점검을 하고 마지막 떠나면서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뒤돌아본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최고의 요령은 ‘확인, 또 확인’이다. 깜박 잊거나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이 있는데 우산, 수건, 비누와 샴푸, 볼펜 등 필기구, 여분의 가방, 휴대폰 등이 그것이다. 이런 물건은 개인적으로 일련번호를 붙여서 항상 체크하는 것도 한 방법.

‘혹시’가 바로 경고신호: ‘무언가 잘못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일은 반드시 잘못 된다(Anything that can go wrong will go wrong.)’는 것이 머피의 법칙이다. 길을 떠나면서 물건을 간수할 때 ‘혹시 여기다 두면 잃어버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면 그것이 바로 경고신호. 그런 물건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10배로 올라간다. 예컨대 바지 앞주머니가 얕은 경우 그 안의 물건을 흘리기가 십상이다. 또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이 오랜 비행시간 때문에 밀려나와 비행기 좌석의 틈바구니 사이에 끼는 바람에 접착식 시트를 뜯어내고서야 찾아낸 일이 미국에서 내게 실제로 일어났다. 도둑도 길목을 지키듯이 분실도 자주 일어나는 경로가 있다. 또 잃어버리는 사람이 또 잃는 경우가 잦다. ‘매사에 불여튼튼’이라고 미리 분실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또 사소한 물건이나 소모품이라면 여벌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처리를 하다가 추가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신경을 쓰다가 더 큰 물건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다. 따라서 어떤 물건을 분실했을 때 다시 찾을 수 있는 길을 가늠해 보고 가능성이 낮거나 비용이 너무 클 때는 빨리 잊고 체념하는 것이 차선책. 그러나 일단 분실신고를 하고 한동안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나는 미국 로스엔젤리스 국제공항에서 현금 700달러가 든 지갑과 여권을 잃어버렸다가 고스란히 되찾은 일이 있었다. 이때 여권 분실신고를 즉시 했는데 조금만 기다렸더라면 구여권을 그대로 쓸 수 있었다. 어떤 경우라도 침착과 평정을 유지하면 좋은 일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반대로, 완전히 긴장을 풀면 일이 생기기 쉽다. 교통사고는 대부분 집에서 반경 5㎞ 이내에서 일어난다는 말처럼 마지막 순간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