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테니스대회가 있다. 그 가운데 장호배는 외형적으로 그리 크지 않은 대회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매우 큰 대회다. 우리나라 테니스의 역사를 대변해 주는 대회라 할 수 있다.

희안하게 장호배와 취재 인연이 깊다. 계절 좋은 5월에 하고 위치좋은 장충테니스코트에서 하고 자주 온 코트에서 대회를 하는 지라 자주 취재를 하게 되었다. 아마도 근 10년간 준결승 결승은 꼭 지켜보았다. 그중에서도 결승전 끝나 카메라와 수첩 정리해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고 시상식과 뒷풀이에 거의 빼먹지 않고 참석했다.

특히 시상식은 장호배의 백미다. 장호 홍종문 회장의 부인 이순옥 여사께서 남녀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꼭 전해주고 두 손을 잡아주는 장면이 나오고, 우리나라 테니스계 굵직한 인사들이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선수들도 그 어느 대회 우승보다 장호배 우승해서 기쁘다고 할 정도로 장호배는 달랐다. 여자 국가대표 출신 모임인 마당회 회원들도 이 대회에 하루만큼은 나와 라인즈맨을 자처하며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장 관중석에선 테니스에 일가견이 있는 어르신들이 훈수를 둬가며 테니스 관전을 하는데 워낙 테니스 눈이 높아 선수들의 실수에 대해 코치 이상의 주문을 하고 예측을 한다. "바람을 이용해야지, 아차차차. 그런 걸 실수하면 안되는데" 등등 .  여자 결승전이 11시에 끝나고 남자 결승전이 끝나도록 자리에서 뜨지 않는 어르신들이 부지기수였다. 그 흔한 화장실도 자주 안가고 우리나라 주니어 최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에 담으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어르신은 " 내가 장호배를 보면 이제 몇번이나 더 보겠는가"라며 "10회때부터 보아온 대회인데 어찌 허투루 보겠는가"라며 장호배 대회에 애착을 가졌다.

우리나라 테니스 역사의 견인차 장호의 대회 유지가 후손들에게도 이어지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다.

13일 결승전 뒤 열린 시상식에선 남녀 우승자와 특별상 수상자에게 해외대회 출전 경비가 주어졌다. 재물을 한푼이라도 아끼지만 쓸때는 아낌없이 쓰는 송상이 내놓은 거금을 주니어 선수들이 큰 걸음으로 표현해 주길 바랄 뿐이다.

▲ 장호 홍종문 회장 미망인 이순옥여사에게서 56회 장호배 우승자 손지훈과 최지희가 트로피를 받고 있다. 많은 참석자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다섯시에 끝난 남녀 결승전을 꼬박 동영상 카메라에 담은 안동 건동대 정진화 교수. 한국테니스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밑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