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시 봉일천에서 무인기가 추락한 채 발견된 데 이어 31일 서해 백령도에서 무인기가 떨어진 것을 찾아냈다. 이어서 4월 6일에는 강원도 삼척시 청옥산에서 지난해 10월 추락한 파주와 동일 모형의 무인기가 뒤늦은 신고로 발견돼 소동이 벌어졌다.

언론은 이와 관련해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사건인 양 보도했다가 파주 무인기에서 청와대 전경 사진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비행금지구역을 무인기가 뚫고 들어와 정찰활동을 했다고 문제를 삼았다. 또 무인기가 폭탄을 싣고 서울로 들어와 자폭 공격이라도 했으면 어떡할 뻔 했냐고 아우성을 친 신문도 있었다. 결국 전국의 방공체제가 뚫렸고, 저고도 무인기 침투에 대해 대책은커녕 문제인식도 없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우리 군 당국이 관련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은 방공망과 지상 정찰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우리가 알아둘 일은 전 세계적으로 군사용 무인기 시대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9년부터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도입할 최신형 전투기 F-35A는 ‘최후의 유인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은 2030년 이후 등장할 6세대 전투기에 무인기를 채택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고, 유럽연합과 영국은 각각 무인전투기(UCAV)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앞으로 20~30년 후에는 무인기가 대세를 이루고 50년 후에는 인공위성에서 지상을 직접 공격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늘에서 지상을 굽어보다가 느닷없이 ‘불의 심판’을 내리는 광경이 현실화 된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정찰용과 공격용 무인기를 개발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현재 운용하는 프레데터(MQ-1) 무인공격기와 그 후속모델 리퍼(MQ-9)는 파키스탄과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 2012년 500여명, 2013년 271명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조직의 지휘부가 타격 목표인데 10명 중 1명은 무고한 민간인이 죽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2018년 들여오는 것 외에는 공격기 도입계획이 없지만 국내에서 군단급 중형 정찰기를 자체 개발 중이다. 과거 미 <뉴욕타임스>는 무인공격기를 한국에 수출하면 한반도 전쟁을 유발할 우려가 있고 남북한 군사균형을 깨뜨릴 것이어서 반대한다는 사설을 실은 적이 있다.

실상을 따져보면, 북한의 무인기 침투는 군사적으로 큰 위협이라고 할 수 없다. 첫째, 12~15㎏의 무인기 기체에 폭탄을 장착하면 기껏 1㎏ 안팎의 고폭탄이 고작인데 이 정도로는 상징적인 ‘폭죽효과’ 외에는 살상능력이 별로 없다. 둘째, 북한의 무인기 기술은 아직 초보상태라 영상전송이나 원격조종, 유도조준 능력이 없다. 미국 무인기는 헬파이어나 그리핀 등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 발사하고 있지만 북한은 사전 입력된 좌표에 자폭시킬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셋째,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한다면 곡사포와 방사포의 포격이 훨씬 싸고, 효과적이다. 단·중거리 미사일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무인기 공격이 잠수함처럼 정체를 숨길 수 있지 않느냐 하지만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따라서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한 것에 준해 즉각 3~5배의 보복 공격을 발진 원점에 가하면 된다.

이번에 포착된 무인기는 첩보위성이나 U-2와 팬텀아이(RQ-4C) 등 정찰기를 가진 한미연합군과 달리, 장거리 정찰력이 없는 북한이 모형기 수준의 기체에 민수용 카메라를 장착한 염가형 정찰기를 급조한 것일 뿐이다. 또한 군사첩보 획득보다 남한 국민에 대한 심리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없는 돈에 무인기를 양산하기보다 구글 어스나 프랑스 등의 민간 위성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첩보수집에는 더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2일 청와대 국가안보위원회 회의가 끝나고 “북한에 우리 무인기를 보내는 대응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다른 경로로 이미 입수하고 있는 정찰정보가 있는데 단지 북한을 침투할 목적으로 우리의 비싼 무인기를 날려 보내는 것은 북한에게 무인기 기체를 ‘무상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방공포 화망을 갖고 있는 나라다.

어떤 네티즌은 일반 모형기 동호인들에게 북한 영공에 대량의 무인기를 날려 보내도록 개방해 북한을 물 먹이자는 반 농담성 제안을 했다. 사실 우리가 250㎏급 폭탄을 적재한 단가 1,000만 원짜리 무인 자폭기를 1만대쯤 생산해 실전 배치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무인기에 과잉 반응할 것은 전혀 없다. 다만 기존의 저고도 레이더 도입계획을 앞당기고 청와대와 공군기지 등 특정시설에 미 해군이 시험 중인 레이저포(LaWS)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직하다. 또 소형 무인기는 저고도 레이더나 육안 관측이 어렵고 중고도 항공기에서 관측하기가 가장 쉽다. 따라서 미국이 예산문제로 조기 퇴역시키는 A-10 공격기 2~3개 대대를 인수해 휴전선 남쪽에 장기 체공시키는 것이 비용 대 효용 차원에서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