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 직원 비리와 관련해 스스로 사퇴한 김진국 전무이사를 대신해 새로 협회 살림을 맡게 된 김주성 신임 사무총장이 그동안의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가 횡령 및 절도 미수를 저지른 직원을 내보면서 1억5천만 원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사실이 지난달 불거지면서 비자금 입막음용이 아니냐는 둥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서 지난주에는 대학 예체능계 입시 비리가 여전하다는 감사원 발표가 있었다. 일부 대학들이 체육특기자 전형을 하면서 스카우트비로 억대의 돈을 지급하거나 우수 선수 1명에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 몇 명을 끼워 뽑는 등의 탈·편법 행위를 자행해 왔다는 것이다.
비리 여부와 그 구체적 내용은 앞으로 사법절차를 거쳐 밝혀지겠지만, 이들 사건은 스포츠가 과연 얼마나 부패에 물들어 있는가를 묻게 만든다.
스포츠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부패는 일반 사회의 전체적 부패 수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다만 각개 부문은 개별적 역사와 특성에 따라 부패 수준과 문화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쉽게도, 한국 스포츠의 객관적 부패지수에 대한 타당한 연구가 별로 없어서 스포츠가 다른 부문에 비해 더 깨끗한 편인지, 아니면 더 썩어있는 편인지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
이따금 스포츠계와 관련한 스캔들과 비리 의혹이 터져 나와 부패가 줄어들기 보다는 오히려 심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를 ‘사리사욕을 위해 권한을 오용하는 것’이라고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승부조작, 뇌물수수 만이 아니라 공금 횡령·유용은 물론 영향력 행사·교환도 모두 부패행위라 봐야 한다. 나아가, 지도자나 고참 선수의 폭력이나 성추행·희롱, 범죄 은폐 등도 모두 부패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패행위인 승부조작은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큰돈이 걸린 인기종목이 특히 우심하다. 중국 축구의 악명 높은 ‘짬짜미 문화’는 현재진행형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프로축구의 승부조작사건으로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데 두 나라 모두 불법 스포츠도박과 관련이 있다.
테니스의 경우는 어떨까.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07년과 2008년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각각 4 경기, 모두 8 경기가 승부조작 혐의를 의심을 받아 조사 대상이 됐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 또는 동유럽의 마피아 도박조직과 연루된 사건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5년에는 5명의 이탈리아 선수가 윔블던 경기에 내기를 걸었다가 벌금 또는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테니스 리그가 없는 탓도 있겠지만 여태까지 승부조작 사례 등은 드러난 바가 없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스포츠 부패의 장본인은 역시 국제 스포츠계의 양대 조직이라 할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다. 특히 아벨란제 FIFA 전 회장과 사마란치 IOC 전 회장 아래의 장기집권체제는 가히 복마전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벨란제는 24년 동안 FIFA를 전횡하면서 현재의 “축구가족끼리 모든 문제를 자기들만의 법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사마란치는 정치유착과 뇌물거래의 원흉으로 지탄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도 축구협회에서 말썽이 이는 것은 정몽준 전 회장의 장기집권과 연관이 없지 않는 듯하다. 정 회장은 지난 1993년 회장이 돼서 2009년 1월 물러날 때까지 근 16년 동안 재임했고, 현임 조중연 회장도 그의 측근 출신으로 사실상 정몽준 체제의 연속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와 성공적 개최, 준결승 진출을 주도하고 이후로도 한국의 월드컵 7회 연속 출전의 금자탑을 쌓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오랫동안 좌지우지하는 조직이 흠집 없이 깨끗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 그대로다.
축구만이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한 사람이 장기간 경기단체 회장을 맡는 일은 이제 재고할 때가 됐다. 유력 정치인이나 재벌을 모셔다가 회장을 맡기는 관행도 차차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경기인 출신 외에도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에게 단체의 문호를 개방하고, 경기인 출신 및 협회 출신 등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 선결 과제다. 아울러 경기단체의 모든 회계장부를 인터넷에 올리는 등 투명성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연구해 볼 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