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힘뿐만 아니라 기술, 전략, 정신력, 체력 등이 중요한 균형을 이루는 스포츠다. 강력한 서브나 강한 스트로크는 물론 중요하지만, 다양한 요소들이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타이밍, 볼의 위치, 스핀 등을 조절하는 기술과 발리, 드롭샷, 로브 등의 다양한 기술을 효과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포인트를 어떻게 운영할지, 언제 공격하고 언제 수비할지 등의 결정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랜드슬램처럼 세 세트를 이겨야 하고 3시간 넘는 경기를 할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고, 압박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움직임과 순간적인 폭발력, 그리고 긴 경기 시간 동안 지치지 않기 위한 체력이 매우 중요하다. 더운 날씨에 땀을 덜 흘리는 체질도 테니스 경기에서 승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6일(미국시각) 미국 뉴욕 아서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잭 드레이퍼와 야닉 시너의 US오픈 준결승 경기에서 테니스가 종합적인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세계 1위 야닉 시너(이탈리아)가 25번 시드인 영국의 잭 드레이퍼를 7-5 7-6<3> 6-2로 이기고 시즌 첫 호주오픈에 이어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인 US오픈 결승에 올랐다.

1,2세트 강한 공격력으로 시너를 몰아붙인 드레이퍼는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력과 체력 저하로 시너에게 패했다. 시너는 2세트 막판 드레이퍼의 공격을 대처하다 넘어져 왼팔을 다쳤으나 이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시너는 "결승에 진출하게 되어 기쁘다. 누가 되든 힘든 도전이 될 것이다. 결승전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우리는 계속 밀어붙이려고 노력하고, 일요일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시너는 토스에서 리턴을 택해 시작했다. 1세트 3대 3에서 드레이퍼의 첫 서브 성공률이 53%로 떨어진 후 30-15으로 앞서갔다. 드레이퍼의 손이 안닿는 거리로 백핸드를 성공시키는 등 드레이퍼의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4대3으로 앞서가 승리 계단을 밟아갔다.

반격에 나선 드레이퍼는 시너의 백핸드 실수를 이용해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5대5 자신의 서브에서 서브에이스보다 더블폴트가 많아 경기를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게 했다. 발바닥까지 땀을 흘리며 지쳐 게임을 내줘  게임 균형이 순식간에 시너쪽으로 흘렀다.  더블폴트 6개 언포스드 에러 19개의 드레이퍼는 시너를 이길 수 없었다. 

5대5에서 드레이퍼의 게임을 브레이크해 자신감을 찾은 시너는 첫 서브에 집중해 세트를 마무리했다. 

포핸드 위력적이고 백핸드에서도 수비샷이 없는 공격샷으로 일관한 드레이퍼는 시너를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더블 폴트를 하면서 자멸했다. 

시너는 2세트 상대 첫 게임부터 물고 늘어졌다. 드레이퍼도 2세트 초반에 승부수를 던졌다. 시너를 빠른 공격으로 무너뜨리지 못하면 오늘 승리는 물건너갔다 생각하고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화려한 공격을 하고도 점점더 브레이크 위기에 몰린 것은 드레이퍼쪽이었고 시너는 서브 게임을 1대2 이후 한번의 브레이크 위기없이 게임을 운영했다. 서비스넣는 드레이퍼의 체력은 소진 시키고 자신은 체력을 아끼는 경기 운영을 했다. 그 체력은 2세트 타이브레이크 4대0 시너 리드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2세트 타이브레이크 3대 7로 내준 드레이퍼는 추격의 의지가 꺾였다.  

하지만 시너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다잡은 게임을 포기할 정도의 사건이 발생했다.

2세트 4대4 드레이퍼의 서브때 시너는 드레이퍼가 온 코트를 돌아다니며 공격하게해 지치도록 유도했다. 드레피어의 공격에 밀린 시너는 펜스 가까이 뒤로 가서 공을 받다 중심을 잃어 두발이 공중에 떴다. 내로오는 순간 왼손으로 땅을 짚어 충격을 받았다.  시너는 일어서면서 왼쪽 손목을 흔들어댔고 고통스러워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드레이퍼의 공을 포핸드 크로스 위너를 냈지만 그 게임은 드레이퍼가 차지했다.

시너는 엔드 체인지때 벤치에서 손목 마사지를 받고 스프레이를 뿌리며 진정시켰다. 하지만 테이프는 붙이지 않았다. 다친 왼쪽 손목은 백핸드를 구사할때 정상적인 플레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부상이 나타나기 전에 빠르게 자신의 게임을 끝내야 하는 것을 감지한 시너는 40-15로 앞서고 강력한 서브를 넣은 후 비교적 쉽게 게임을 마쳐 5대5를 이뤘다. 

드레이퍼가 완력으로 테니스를 했다면 시너는 두뇌 플레이로 경기를 했다.  2세트 5대 5에서 드레이퍼는 완벽한 포핸드 드라이버와 에이스로 2세트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서브게임을 실수없이 마쳤다.

타이브레이크에 들어 시너가 6대1로 크게 앞서며 세트포인트를 만들었다. 2시간 넘게 공격하느라 지칠대로 지친 드레이퍼의 반격이 있었지만 물은 흘러갔고 기차는 떠났다. 

3세트에서 시너가 테니스 레벨을 높였다. 2세트처럼 서브게임을 자기것은 루틴대로 간단하게, 상대 게임은 기회있을때마다 붙는 전략을 보였고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를 현저하게 줄였다. 상대 공이 약해지니 시너로서는 마음놓고 때릴 수 있었고 그것은 득점으로 연결됐다.  에너지가 빠진 드레이퍼는 코카콜라를 요청해 마시며 기력 회복을 시도했지만 게임을 잃고 더 이상 버틸 힘 마저 소진됐다. 결국 시너는 3대2에서 드레이퍼의 게임을 빼앗더니 5대2에서 한번 내줄 법한 게임을 기어코 브레이크해 끝냈다. 

세계 1위 시너는 결정적인 순간에 로마의 최고 검투사마냥 칼을 뽑아 들고 승부를 냈다. 에이스 11개, 43개의 위너, 단 2개의 더블 폴트는 그가 이 전투를 이길 수 밖에 없는 기록들이었다. 

드레이퍼는 에이스 8개, 위너 29개, 더블폴트 10개로 시너에게 모든 분야에서 뒤졌다.

하지만 드레이퍼는 이번 대회에서 시너를 제외한 강호들을 잇따라 이기고 베스트4에 드는 성과를 냈다.

경기전에 드레이퍼는 시너에게 0대3 패배가 예상됐지만 1,2세트 시너를 패배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다. 세계 최고와 경쟁할 수 있는 로드맵이 생기고 그는 힘과 지능적인 플레이로 랠리에서 성공한 경우도 많은 것이 드레이퍼의 성과였다. 

시너입장에서는 알카라스와 조코비치, 메드베데프 외에 자신을 연구하고 이기려는 선수들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