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US오픈 4강에 남자 애거시, 로딕, 여자 데븐포트, 카프리아티가 오른 이래 21년만인 2024년 4강에 페굴라, 나바로, 티아포, 프리츠가 진출했다.

▲ 4강 진출 테일러 프리츠

▲ 4강 진출 에마 나바로. 2세트 1대5에서 7대5로 뒤집었다

미국의 테일러 프리츠가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꺾고 2024년 US오픈 준결승에 진출했다.

프리츠는 첫 그랜드슬램 준결승에 진출했다.

3일 화요일 USTA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8강전에서 12번 시드인 프리츠는 4번 시드이자 2020년 US오픈 결승 진출자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7-6(2), 3-6, 6-4, 7-6(3)으로 물리치고 커리어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 4강에 진출했다.

프리츠는 그랜드 램 8강전에서 통산 4패의 기록이 있었다. 지난해 뉴욕에서 노박 조코비치에게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즈베레프를 상대로 두 번째 승리를 거두었고(윔블던에서도 4라운드에서 5세트 만에 승리)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3시간 28분 경기 동안 프리츠는 13번의 브레이크 기회를 만들어낸 반면 즈베레프는 4번의 브레이크 기회를 만들어 프리츠가 앞섰다.

미국은 이번 대회 남자단식에서 프란시스 티아포가 8강에 진출하고 프리츠가 베스트 4에 들면서 아서애시 스타디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테니스팬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여자단식에서도 미국 버지니아대학 출신 에마 나바로가 4강에 진출해 미국시스템이 키운 선수들이 홈 오픈의 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테니스는 완벽한 성격에 맞는 운동

US오픈 여자 4강에 든 에마 나바로의 오랜 코치 피터 에이어스는 그녀를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수년 전 에이어스는 나바로에게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특성인 완벽주의를 적용하라고 도전했다.
나바로는 "완벽해지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며 "경기도중 어려움이 생기는데 주어진 샷에서 완벽해야 하고 공을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하고 리턴에서 완벽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바로는 8강에서 파울라 바도사를 상대로 1세트 6-2로 압도적으로 이겼다. 2세트 1대5에서 28점 중 24점을 따내 6-2, 7-5로 승리했다. "2세트 2대5에서 정말 강인하게 버티고 싶었다" 며 "항상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오늘은 조금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자 8강에 제시카 페굴라도 올라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와의 빅매치를 준비했다. 이번 대회 남녀 주니어, 프로 등 사상 최고 156명이 참가해 경기를 했다.

그중 남녀 단식 8강과 4강에서 미국 선수들이 대활약을 하면서 테니스 팍스 아메리카나를 재현하고 있다.

80~90년대 미국하면 테니스, 테니스하면 미국인데 지금도 미국 선수들이 남녀 100위안에 가장 많이 포진해 있다.

미국국립테니스센터, 테니스 아카데미가 어우러지고 US오픈을 비롯한 투어대회와 챌린저, ITF대회, 주니어대회들이 가장 많이 열리는 곳이 미국이어서 세계 최고의 테니스 나라다.

US오픈의 수익금만 해도 7000억 원에 육박한다.

US오픈 총상금은 7500만 달러(약 1002억 원)로 다른 메이저대회와 비교해도 크게 앞선다. 올해 호주오픈 총상금은 8650만 호주달러(785억 원), 프랑스오픈은 5350만 유로(796억 원), 윔들던은 5000만 파운드(882억 원)다.

US오픈이 윔블던보다 120억 원가량 더 많다.

골프의 메이저대회 가운데 최다 상금 대회는 US오픈인데, 올해 2150만 달러(287억 원) 규모였다. 골프는 남녀 대회가 따로 열리는데, 여자 메이저대회 중 최다 상금 대회는 US오픈으로 1200만 달러(160억 원)다. 남녀 대회를 모두 더해도 테니스의 US오픈에 비해 적다.

테니스 US오픈은 단식 본선 1회전에서 고배를 마셔도 10만 달러, 1억 3000만 원을 준다. 권순우는 1회전에서 이번 대회 주목을 받은 호주 알렉세이 포피린(3회전에서 조코비치를 이김)과 경기했다. 권순우가 받은 상금은 복식 포함 1억 8천만원선(세전),

아직 누구에게 돌아갈 지 모르는 단식 우승 상금은 360만 달러(48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상금을 제공하고도 대회 수익은 상금보다 더 많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테니스협회(USTA)가 발표한 지난해 US오픈 총수익은 5억1400만 달러(6866억 원)였다. 관중 2만3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인 메인 코트 아서 애시 스타디움입장권 수익과 식음료 판매 수익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아서 애시 스타디움은 1회전 맨 꼭대기 좌석이 한장에 30만원, 베이스라인 뒤 좋은 좌석 티켓은 라운드를 거듭할 수록 비싼데 8강전 야간 경기 티켓 가격은 2천만원이 넘는다.

지난해 US오픈 총 입장 관중은 79만9402명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 US오픈을 후원하는 기업 수는 지난해 24개에서 25개로 늘었다.

미국테니스협회는 US오픈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국립테니스센터를 운영하고 미국 전역의 주니어 선수들을 훈련하고 지원한다. 미국내 대회를 많이 열어 선수들이 상금 수입으로도 생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번 대회 준결승에 오른 세계 12위 26살 테일러 프리츠는 1700만 달러(227억원)의 상금 수입을 올렸다.

아프리카 서부 시에라리온에 뿌리를 둔 26살 20위 프란시스 티아포가 테니스 하나로 번 수입은 1200만달러(160억원)이다. 주니어때 외국대회 한번 안나가 벤 쉘튼은 프로입문 불과 몇년만에 13위에 오르고 67억원의 상금수입을 올렸다.

사회학자 라스무스 엔커슨의 저서 ‘금광 효과(The Gold Mine Effect)’에 따르면 어느 시기에 스포츠 영웅이 등장해 부와 명예를 가지면 그를 따르는 한 세대 아래 유소년들이 대거 입문하고, 경쟁 수준이 높아지며, 가족·사회의 투자가 뒤따른다. 그들이 최고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좌절과 장애물은 그 스포츠 영웅이 보여준 영광과 보상을 욕망하며 인내한다. 이렇게 축적된 인적 인프라와 육성 시스템이 생태계를 이뤄 선순환되기 시작하면 다른 사회에서 같은 수준으로 뒤쫓아가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세계 톱10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한국 여자 골프가 그렇다는 것이다. 박세리의 등장으로 세리 키즈들이 나오고 인적 인프라와 육성 시스템이 만들어져 선순환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나라가 쫓아오기 힘든 때가 있었다.

미국 테니스가 그렇다.

샘프라스, 애거시, 로딕, 세레나와 비너스 등등이 나오면서 테니스 교육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그 선수들을 대회에 출전시켜 관중들에게 테니스의 묘미를 만끽시킨다. 그리고 선수들은 그 댓가로 상금을 받는다.

대회는 이때 필요한 것이다. US오픈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영국, 프랑스, 호주 등은 협회가 그랜드슬램을 잘 가꿔 선수 배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역사가 되고 자랑스러운 유산이 된다. 

▲ 8강에 오른 프란시스 티아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