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내전, 자연재해, 세계 최빈국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티아포는 시에라리온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 티아포 아버지는 미국 메릴랜드 컬리지 파크 주니어 테니스 챔피언 센터(JTCC) 신축 공사장의 인부로 일했고, 센터가 완성되자 시설 관리인으로 남게 되었다.

티아포는 아빠가 일하는 밤 시간이나 주말이면 빈 코트에서 테니스 놀이를 하곤 했다. 낮 동안에 아카데미 학생들이 배우던 것을 눈여겨 봐놨다가 담벼락에 공을 치며 따라했다. 이곳은 US오픈이 열리는 대회장이고 나달이나 페더러가 저 담 너머에 있다는 상상을 하며 공을 때렸다. 쌍둥이 형 프랭클린과 티아포는 야간근무를 하는 아빠를 기다리다 선수용 마사지 테이블에서 잠이 들곤 했다.

시간이 흘러, 티아포는 드디어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게 되었다. 테니스 아카데미에 합격한 후에도 부잣집 아카데미 아이들이 쓰던 라켓이나 중고 데모 라켓을 물려받아 썼다.

티아포가 테니스 하는 것을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티아포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자기가 하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당당하고 싶었다. “내가 테니스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테니스가 나를 선택했다”고, “나는 테니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 하지만 그렇게 얘기한다 해도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티아포가 자라서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겠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웃었다.

티아포의 일이라면 항상 지지해주는 아빠도 그 중의 하나였다. “해볼테면 한번 해보던가” 하는 식이었다. 엄마는 적극적으로 말리는 쪽이었다. 프로로 전향해서 비록 많지는 않지만 돈을 벌기 시작하고 나서도 엄마와의 투쟁은 늘 진행형이었다. 엄마가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 형과 티아포가 대학에 진학을 해야 하고,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며 살아야 한다는 것. 엄마는 티아포의 꿈을 이해하지 못했다.

티아포는 언제나 자기보다 가진 게 많고 대학 진학이나 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경기를 했다. 프로에 입문하는 것은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티아포에게는 비참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티아포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주저 앉아서 신세한탄만 하면서 슬퍼하거나(실제로 다른 아이들처럼 부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며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아니면 탈출구로 이용하거나. 

티아포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내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을 부정한다면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그걸 바꿀 수는 없다.’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일 뿐.

아카데미 아이들에게는 없는 동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티아포의 가족과 이웃을 먹여 살리는 일이었다. 그들은 테니스가 아닌 무엇을 하더라도 괜찮았지만, 티아포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들이 많았다. 테니스는 티아포에게 탈출구였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못할 일이 없다” 는 진부한 말을 신조로 삼았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을 ‘해낸다’ 는 부분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티아포가 테니스를 어떻게 시작했고, 자신의 꿈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알게 되어 감격하는 뉴욕 팬들은 아서애시스타디움에서 1일 일요일밤 티아포에게 무한한 애정 표현을 했다.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는 프란시스 티아포가 노박 조코비치를 이긴 강력한 알렉세이 포피린의 여정을 일요일에 끝냈다. 티아포는 6-4, 7-6(3), 2-6, 6-3으로 승리하여 US오픈 8강에 진출했다. 

티아포에겐 이날 세번의 행운이 따랐다. 1세트 1대2 15-40 이날 경기의 균형이 깨질 수 있는 순간에 포피린이 찬스볼을 네트 맞고 날리면서 티아포는 게임을 지켰다.  팽팽히 가다 1세트 4대4에서 포피린의 포핸드 2개가 날리면서 브레이크 찬스를 티아포가 잡았고 다음 서브 게임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1세트를 선취했다.

티아포의 세번째 행운은 2세트 3대5 0-40 세번의 세트 포인트를 백스윙없는 감각적 리턴으로 포피린의 게임을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티아포는 2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이겼다. 두 세트를 획득하고 관중의 응원에 힘입어 텐션을 4세트까지 유지한 티아포가 포피린을 이겼다.

2022년 준결승에 이어 뉴욕에서 3년 연속 8강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티아포는 안드레이 루블레프를 상대로 5라운드를 치른 그리고르 디미트로프와 화요일 맞붙는다.

티아포는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꽤 많고 좋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 피곤하다고 말하기는 너무 쉽다. 모두가 투어를 다니고 모두가 경기를 했고, 이기거나 졌고, 모두가 일정을 따라갔다는 뜻이다. 플레이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최고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래서 여기서 경기할 수 있었다. ”
26살의 티아포는 2017년 US오픈에서 로저 페더러에게 4-6, 6-2, 6-1, 1-6, 6-4로 1 라운드 패배를 당했던 일을 회상했다. 당시 20살이었던 티아포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 너무 신났지만 너무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올블랙 나이키 옷을 입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조명이 너무 밝았다.. 나는 '이건 비현실적인 것 같다'고 생각했고, 5세트때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순간을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았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하다." 포피린을 이긴 티아포는 어디까지 올라갈까. 2003년 앤디 로딕 우승이후 US오픈에서 미국 선수의 우승을 티아포에게서 볼 수 있을까. 실력 여하를 떠나 이제 티아포가 우승할 때가 무르익지 않았을까. 더 기다려야 하나.

▲ 2017년 티아포 포효

▲ 2017년 US오픈 1회전 페더러와 5세트 경기한 뒤 인사하는 티아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