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 방향으로 코트가 배치되어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테니스는 코트가 남북방향으로 되어 있어야 선수들이 골고루 해의 영향을 받아 경기할 수 있다. 왕복 8차선 도로옆에 있는 코트는 차 소리로 시끄러워 심판의 콜이 안들려 플레이에 방해가 된다

전세계 주요 테니스대회를 취재해 보면 우리나라 올림픽공원테니스장같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시설이 열악한 곳은 없다. 테니스하는 나라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에어컨 없이 쇼파 몇개 있는 선수 휴게실과 비품이 수준 이하이고 중요한 코트 바닥은 센터코트와 밖의 코트 표면이 달라 선수들이 해마다 불만을 표시했다. 88서울올림픽 유산이라고 하지만 관리가 안되고 시설 수준이 근 40년 수준이라 어디 내놓을 처지가 아니다. 선수 식당도 주방 시설 없어 탁자에 호텔 뷔페식사를 이미 조리한 것을 가져와 놓는다.

특히 관중석 상단은 가파라서 사고나기 십상이다. 보통 3단 규모의 관중석은 출입구가 3단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1만석 규모의 올림픽공원 센터코트는 상단 중간에 출입구가 없어 가파른 수직에 가까운 계단에서 조심스레 난간을 잡고 내려와야 한다.  안전 불감증 시대에 만든 관중석은 이제 안전이 최고인 시대에 맞지 않는다. 

▲ 가파른 계단과 우천에 취약한 올림픽공원 센터코트

▲ 왼쪽 상단에 있는 전광판은 86아시안게임때 설치되어 현재는 쓰고 있지 않은 구식이다. 전세계 어디도 이런 전광판이 있는 곳은 없다. 더 문제인것은 가파른 관중석이다. 이태원압사사고처럼 관중들이 경기 뒤 내려오다 앞사람이 넘어지면 그 위로 사람이 덮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다른 나라의 경우 로마 콜로세움처럼 관중석 상단 중간에 출입구가 있어 안전하게 빠져 나올 수 있게 안전조치를 했다

▲ 다층구조로 되어 있는 콜로세움은 층마다 출입구가 있어 상단에 있는 사람이 하단으로 내려가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코리아오픈 대회 관계자는 시설이 워낙 낙후돼 창피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나타낸 바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뒤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현재)이 수익금 등을 재원으로 발족해 연간 1조5000억원대의 예산으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지원하고 있고, 일부 올림픽 경기장을 개보수하고는 있으나, 1년에 한번 코리아오픈이 열리는 테니스경기장 같은 곳은 그냥 방치해 테니스인들에게 수모를 안기고 있다.

여자 테니스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나 3위 엘레나 리바키나의 경우 올림픽공원테니스장 같은 곳에서 경기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민망한 시설일 수 있다.

사실 스타 선수들이 출전한다해도 겁이나는 것이 우리나라 테니스장 시설, 특히 올림픽공원테니스장 시설이다. 

실내코트도 동호인 레슨으로 대회본부에서 마음놓고 쓸수 없고 준결승과 결승날 비가 오면 센터코트에 지붕이 없어  최정상급 선수들과 만원 관중을 초대해 놓고 하늘만 쳐다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체조경기장이나 펜싱경기장에 매트를 깔고 경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림픽공원 코트 누가 지은거냐"

해마다 국내 유일의 투어대회인 WTA 코리아오픈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센터코트와 연습코트 빠르기가 다르다는 것, 부대시설이 엉망이라는 것이다. 도로변에 붙은 야외코트에서 경기를 하면 지나가는 차 소리때문에 플레이에 지장을 받는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코트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전세계 어디를 다녀도 이런 코트 방향은 없다는 것이다. 즉 국제 기준에 따라 남북으로 길게 되어 있어야 할 코트가 동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네트를 따라 해가 넘어 가야 하는데 베이스라인을 따라 해가 넘어간다.

국제 규격을 따르지 않아 잘못 지어졌다.

김두환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86년 아시안게임을 위해 지어진 올림픽코트는 당시 북한의 방해공작의 우려로 철통같은 경비속에 지어졌다. 테니스관계자들의 조언을 별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테니스코트의 문외한이 짓다보니 도로를 따라 나란히 테니스코트를 배치했다. 경기에 필요한 필수 요소인 네트 방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김 전 회장은 "86년 아시안게임 테니스종목 책임자인 일본인 가와테이 레퍼리가 도로변에 나무를 심어 해를 좀 막아 보자는 궁여지책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일본테니스협회와 국제연맹의 아시아 대표인 가와테이씨가 이 공사에 관여해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과 구조를 비슷하게 했다. 

대회가 임박해 공사가 완공된 마당에 코트 방향을 돌릴 수도 없고 참 난감했을 것이다. 이후 방향이 잘못된 채로 올림픽 코트는 근 40년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사이에 경기를 하지 않았다고한다.

아무튼 가장 공평하고 서로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는 테니스에서 우리나라 올림픽 코트는 테니스 문외한의 설계로 세계 어디도 없는 국제대회장이 됐다.

그렇다면 그랜드슬램이 열리는 호주오픈 로드레이버아레나, 프랑스 롤랑가로스,윔블던은 어떤가.

코트가 남북으로 비스듬히 누워 해는 네트를 따라 넘어간다. 선수들이 골고루 해의 영향을 받는다.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코트가 남북으로 잘 배치되어 있다. 특히 김천테니스장은 나침반을 놓으면 정확히 코트가 정확하게 남북으로 배치되어 있다.

올림픽코트가 지어진 지 40여년이 넘은 상태에서 전면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늦었다. 영문을 모르는 선수들은 출전신청을 하고 대회 개막은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