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의 간절함이 통했다.

조코비치는 마침내 꿈에 그리고 기다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일 파리 롤랑가로스 필립 샤트리에 경기장. 1만 5천여 관중이 모여 금세기 최고의 대결 노박 조코비치와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파리올림픽테니스 남자단식 금메달 결정전이 펼쳐졌다.
조코비치가 알카라스에 7-6<3> 7-6<2>로 이겼다. 경기시간 2시간 52분이 말해주듯 긴 랠리가 펼쳐졌고 가장 흥미로운 금메달 쟁탈전이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외에는 아무것도 목표로 삼지 않았다"며 "첫 번째 출전한 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후 이곳에서 21살의 뛰어난 테니스 선수를 상대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내 경력에서 가장 큰 성취다. 올해는 제게는 다소 이상했다. 지금까지 타이틀이 없었는데 올림픽 금메달이 찾아왔다. 그것도 마지막 기회인데 할 수 있어서 더욱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1만 5천명의 사람들이 언젠가는 "내가 거기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될 정도로 자랑스러워하고 오랫동안 기억될 결승전이었다.
두 명의 경이로운 선수, 두 명의 넘버원이 펼치는 장대한 경기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단도리하고 테니스의 우아함과 힘을 분배하며 반복적으로 대중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대중은 스페인 알카라스 다이나믹 플레이에 지지했고 조코비치의 샷에 열광했다. 2세트 4-4 40-40의 랠리는 테니스사에 길이 빛날 플레이가 될 것이다.
조코비치는 가장 강하고 결단력 있는 선수로 남았다. 그는 코트에서 운 인간이었다.

이날 경기는 전 세계 테니스팬들을 3시간 가까이 사로잡고 관심을 끈 테니스 매치로 손색이 없었다. 
조코비치의 몸 상태를 감안할때 이러한 경기가 다시 펼쳐지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이 소중한 경기였다.

조코비치는 프랑스오픈에서 대회도중 기권하고 반월판 수술을 받았다. 다시 언제 출전할 지 모른다며 윔블던에 참가해 준우승했다. 이때 결승 상대는 이날 올림픽 금메달 결정전 상대 알카라스였다. 알카라스를 올림픽에서 처음만나 매 순간 사력을 다하는 샷으로 승리를 했다. 그랜드슬램 24번 우승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추가해 최고 선수로서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조코비치는 안드레 애거시, 슈테피 그라프, 라파엘 나달, 세레나 윌리엄스(ITF 회장 데이비드 해거티와 IOC 회장 토마스 바흐와 함께 관중석에서 지켜봄) 등 4명의 선수와 함께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했음에도 현재 역대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홀로 우뚝 섰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신체와 관련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투어에서 대부분의 선수를 상대하기에 충분히 강력한 정신력을 계속 보여주었다.  준결승전에서 최근 환상적인 실력을 보인 로렌조 무세티와 경기 대부분을 대등하게 경쟁했다. 조코비치는 무릎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6-4, 6-2로 승리를 거두었다.

조코비치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와의 8강전에서 무릎 문제로 눈에 띄게 어려움을 겪었고, 그 경기 후 그는 무릎이 준결승에서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하지 못했다. 조코비치는 준결승 후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며 "윔블던 때보다 기분이 좋아졌고, 더 잘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알카라스는 이날 1세트에서 고품질 플레이를 보이면서 조코비치의 게임을 획득할 기회를 여러차례 가졌지만 조코비치는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냈다. 0-40에서도 기어코 듀스를 만들고 게임을 지킨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만큼 조코비치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간절했던 것이다. 

조코비치는 1세트 2대2에서 혈압오를 게임 브레이크 당할 세번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4대4에서는 무려 5번의 혈압올라 터질 지경인데 잘 지켜냈다. 이때 게임을 내줬으면 알카라스의 패기에 눌려 금메달은 물건너 갔다. 자칫 4대5가 되면 다음은 알카라스의 서브게임이어서 조코비치는 1세트를 4대6으로 내줄뻔했다. 

되레 6대5에서 세트포인트를 먼저 잡은 것은 조코비치였다. 비록 무산이 되었지만 타이브레이크 3대3에서 알카라스에게 미니 브레이크해 4대3으로 앞서 나간 뒤 자신의 서브권을 두개 모두 살려 6대3을 만들고 알카라스의 서브권을 잡아 7대3으로 기세를 올렸다. 2세트는 큰 위기없이 나가다 타이브레이크 6대2로 금메달 포인트를 조코비치가 잡아 성공시켰다.

조코비치는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 전까지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열망을 결코 숨긴 적이 없었다. 이번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금메달을 따기 위해 극복해야 할 선수의 자질과 금메달에 대한 절박함이 있었다.  테니스는 멘탈 스포츠이고 절박스포츠이다. 절박할때 승리가 온다는 것이 이번 경기에서 조코비치에게 적용되었다. 

테니스 역사상 조코비치보다 큰 경기와 결정적인 순간을 잘 해낸 사람은 없지만, 그동안 그 자신도 역사를 쫓고 절실히 원했던 것을 쫓을 때 압박에 굴복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조코비치는 첫 금메달을 노렸을 뿐만 아니라 그 해에 세 개의 슬램을 모두 우승하고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골든 슬램을 달성해 역사를 쓸 예정이었다. 그 압박은 그에게 너무 컸고, 그는 준결승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에게, 3~4위전에서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에게 연속해서 패해 동메달도 따지 못한 채 올림픽을 마감했다.

몇 주 후, 그의 캘린더 슬램 희망은 다닐 메드베데프에 의해 산산이 조각났다.

조코비치는 그때 눈물을 흘렸다. 다시 3년여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에 코트에 팔을 부르르 떨면서 울었다.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 선 1만5천여 관중들은 조코비치의 이광경을 목격했고 박수로 격려하고 축하했다. 

조코비치의 테니스에서 금메달을 추가한 세르비아는 금메달 수 총 2개로  19위에 올랐다. 

아래는 88년 이후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대회 금메달
1988 서울 밀로슬라브 메시르(체코)
1992 바르셀로나 마크 로제(스위스)
1996 애틀란타 안드레 애거시(미국)
2000 시드니 예브게니 카펠니코트(러시아)
2004 아테네 니콜라스 마수(칠레)
2008 베이징 라파엘 나달(스페인)
2012 런던 앤디 머레이(영국)
2016 리우 앤디 머레이(영국)
2020 도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2024 파리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 조코비치 가족의 응원

▲ 이날 관중들은 다른 조코비치의 경기와 달리 온통 조코비치 응원 소리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