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김

5월의 대자연은 이미 온 산을 파랗게 물들였다. 코트를 휘감아 도는 봄바람 조차도 코트비 내기에서 매치포인트를 잡고도 역전패 당한 친구의 투덜거림처럼 정겹다. 붉은 코트 위에 놓여진 노란 테니스 공이 더 없이 아름답게 보이는 날…… 언제쯤 우린 롤랑가로스의 붉은 코트 위에서 이 아름다운 공을 때려볼 날이 올까를 기다리다 문득 정신을 차린다.
이겨야지만 남을 수 있는 곳은 테니스 코트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 ATP 랭킹 1위인 조코비치의 지난 해 성적은 72승 12패의 성적을 거뒀다. 무결점의 선수로 꼽히고 있는 조코비치도 지난 해 약 83%의 승률을 기록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 60전 60승 100%의 승률을 자랑하는 이가 있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23번의 전투에 나가 모두 승리를 했다. 나는 15년간 60번의 전쟁을 치렀고 이 전쟁에서 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총,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실적과의 싸움이었다.”
이 말의 주인공인 스티브 김 (김윤종, 1949년생, 잠원, 썬, 로터리클럽).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하고 금의환향했다. 그에게는 아시아의 빌게이츠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다닌다.
1968년 경복고를 졸업하고 1973년 서강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를 전공한 스티브 김이 테니스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이때였다. 공부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그는 테니스에 도전을 했다. 대학 시절에 했던 일 중 가장 잘 한 것 중 첫 번째로 꼽힌다.

“나에게 있어 테니스는 유일한 낙이자 방황을 잠재우는 건설적인 대안이었어요”
그는 공수부대를 자원해 갔고 대학시절 열심히 테니스를 한 덕으로 테니스 병으로 보직을 받았다. 테니스를 막 배우기 시작하는 여단장은 스티브 김을 늘 찾았다.

“테니스 병 다음으로 군장 점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사업에 재능이 있구나 생각하게 된 첫 번째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군 제대 후 그는 27살에 단돈 200만원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갓다. 하루 일당 2만원의 잡부로 일하다가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업에 열중하여 1979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정보 통신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대기업에 취직했다. 그러나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대기업의 업무 특성과 맞지 않아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엔지니어였다.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회사에서 그만큼 아는 이가 있을 리 만무했다. 회사 사장은 고객에게 해야 할 제품 설명을 그에게 맡겼고 회사는 놀라우리만큼 성장을 하게 된다.

▲ 테니스로터리 클럽 강연회

“하나씩 하나씩 마케팅을 배웠고 회사 운영되는 법을 배웠습니다. 너무 즐거운 날들이었지요.”
제품을 만들 줄 알고,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배운 그는 화이버먹스(Fibermux)라는 회사를 창립했다. 회사 생활하면서 번 10만 달러를 손에 쥐고 창고에서 창업을 한 그는 3년 만에 제품을 들고 창고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의 손엔 제품만 있었지 그 제품을 팔 나머지가 없었다. 그러나 행운은 노력하는 자에게 온다 했다. 그가 개발한 제품을 알아본 투자자가 나타났고 그는 투자자에게 25배의 이익을 남겨주었다.
1993년 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자일렌(Xylan Corp.)을 창업하게 되었다.
"이미 한 번의 성공을 한 저에게 그들은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그 신뢰는 다시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
그는 워커홀릭에 빠졌다. 집에서 쉬는 일이 없이 주말마다 전 세계를 돌아 다녔다. 그 땀방울들은 1996년 미국 나스닥에 자일렌을 상장하게 만들었고 창업 5년 만에 직원 1,500명, 전 세계 60여 곳에 판매지사망을 구축하고 연 매출액 3억 5천만 불 규모의 컴퓨터 네트워킹 시스템 제작 업계의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비즈니스관계로 골프도 많이 치게 됩니다만 나에게 있어 골프는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주주들의 이익에 대한 스트레스는 회사가 커나가는 만큼 나를 압박하였고 그것을 해소하고 체력적으로 버티게 해 준 것이 테니스였어요."

자일렌은 투자자에게 100배의 수익을 남겨주며 1999년에 프랑스 알카텔(Alcatel)사에 20억불에 매각하게 되었다. 스티브 김이 아시안계의 최고 억만장자에 등극하게 된 일대 사건이었다.

"자일렌을 매각하고 큰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곳에 테니스 코트가 있었어요. 그때 US오픈 때문에 미국에 온 주원홍 감독(현 대한테니스협회장)과 이형택 선수(현 아카데미 원장)를 비롯 전미라 선수도 우리 집에 왔었어요."

그는 매일 사회 저명인사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고 파티를 즐겼다. 그러나 도전정신이 남달랐던 그에게 있어 테니스를 하는 것 이외 저택에 손님을 초대하고 파티를 여는 동안 점점 자아를 잃고 있었다.

"매일 사람들로 북적 북적 했지만 즐겁지가 않았어요.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요? 바로 존재감입니다."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택한다. 화려한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대한민국으로 영구 귀국했다. 돈을 벌었으니 어떻게 잘 쓸 것인가를 고민한 그는 꿈 미래 희망 재단을 설립하여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사업 및 사회복지에 헌신하고 있다.

"사회 사업으로 바쁜데다가 인대를 다쳐서 6~7년 테니스를 못했어요. 그러다 요즘 서울 숲 클레이코트에서 레슨도 받고 여기 저기 클럽에도 가입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오늘도 잠원 실내코트에서 새벽에 4게임 하고 출근했어요. 테니스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어요. 테니스로 인해 삶이 다이내믹해지고 매일 매일이 즐거워요.
부모님께서 여유가 있으셨다면 내가 이렇게 되지 못했을 거예요. 요즘 재벌 2~3세들 봐요. 훌륭한 사람들도 많지만 또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잖아요. 저는 우리 집이 가난해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기에 어려운 과정을 다 겪었어요. 내가 이렇게 대우를 받았으면……하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있지요. 좀 있는 사람들은 잘 생각해야 해요. 그리고 젊은이들은 배울 곳을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성장이 멈추거나 배울 것이 없으면 잠재능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곳을 찾아 내야 합니다. 성공의 지름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에요. 도전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종일관 웃으면서 테니스에 대한 애정과 일에 대한 열정을 토해내는 스티브 김. 연간 160여 차례의 강연회를 하는 프로답게 한 시간여의 인터뷰 시간이 10분처럼 짧게 느껴진다. 그의 말에 집중하느라 내어 준 커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평생 도전하며 살아온 그는 지금 테니스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그의 도전 목표는? NTRP 4~4.5

스티브 김

현재 꿈희망미래 리더십센터 대표이사
2007 ~ SKY글로벌 회장
2001 ~ 꿈희망미래재단 대표이사
뉴커머셜캐피털금융 이사장
2000 ~ 알카텔벤처스사 대표
1993 ~ 1999 자일랜 대표
1984 ~ 1991 파이버먹스사 대표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명예박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정보통신학 석사

서강대 전자공학과 학사

수상

2009 제5회 대한민국 CEO그랑프리 아름다운 CEO상
1997 제1회 서강을 빛낸 기업인상
1996 언스트앤영 기업인상

저서
꿈 희망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