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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투어 코치가 없는 이유
박원식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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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4.08  06: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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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녀 세계 100위내에 우리나라 선수는 한명도 없다. 주니어들도 잘한다하지만 프로 100위내 들어갈 재목들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국은 주니어들이 큰 무대에서 성적을 내면 2~3년 내에 프로 100위내에 들어 세계를 주목시키는 경우와 다른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지도자의 실력일까 아니면 유망주의 자질 한계인가. 후원의 부족인가.

한 국내 지도자를 통해서 현실을 접했다.

지난 몇년간 아카데미, 스포츠클럽이 많이 생겨나고 학교에서도 선수들을 키워왔다. 라켓 처음 잡은 어린이에게 볼 박스를 수천개 던져줘야 비로소 대회에 출전해 성적을 낸다. 한 선수가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기까지 지도자의 헌신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외에도 저녁식사후 다시 코트에 나와 풀벌레가 코트 조명에 몰려들고 난리 부르스할때까지 볼을 던져주고 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대회 나가 트로피 들면 그때 매니지먼트사가 달려들고 부모와 이야기해 계약 단계에 이른다. 이때 그동안 날밤새며 노심초사하며 키운 지도자는 슬그머니 배제된다. 

매니지먼트사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지도자를 섭외하고 부모들은 그간의 헌신적인 지도자를 헌신짝 처럼 내버리기 마련이다.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투어 비용이 확보되는 마당에 코치비용 들이지 않고 한 대회라도 더 선수가 다닐 여건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 결과 테니스를 잘 모르거나 선수의 테니스 장단점을 모르는 부모, 형제가 선수를 따라다닌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어려서부터 선수를 지도한 지도자는 그저 선수가 잘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더 이상 접근도 어렵고, 지도도 어렵고 관계도 소원해 진다.  

선수와 지도자는 계약관계다. 얼마에 몇시간 지도하고 얼마를 받는 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하고자 하는 선수에게 꿈을 갖고 기대를 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 반석에 오르면 선수와 부모들은 마음이 달라진다.   

호주오픈 주니어 대회에서 한 어머니는 자녀가 경기할 때 멀리 떨어져 있다. 경기를 왜 안보냐고 하니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못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경기 뒤 해줄 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따라만 다니는 것이다.  중요한 포인트때 짚어주고 코트에 들어가 생전 처음만나는 상대에게 자신의 장기를 통하게 하는 핵심 기술 지도가 필요하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밤이 새도록 볼 박스에서 볼을 꺼내 볼을 던져준 지도자만이 알 수 있다.

숱한 유망주들이 기업의 후원을 받아 세계 무대에 도전한다. 하지만 어느 선수 하나 첫 지도자와 좋은 인연을 맺고 혹은 소식을 주고 받으며 세계를 개척하는 선수가 없다. 다들 바꾸고 바꾸고 이동하고 옮겨다니고 해서 관계들이 서먹서먹하다.  해외 대회에 어려서부터 지도자들이 동행하지 않는 경우는 우리나라 선수들 밖에 없다.  지도자는 헌신과 애정을 더 이상 쏟지 않기 마련이다. 

운동할 곳을 옮길때 지도자에게 이적동의서하나 써달라는 문자하나 보내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만 던지고 꽁지가 빠지게 달아난다.

물론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10면의 코트에 4~5개의 아카데미가 공존하며 한달이 멀다하고 옮겨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갑을 계약관계이고 지도자와 선수의 케미가 맞아야 하는 운동이기에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에 몰려있는 아카데미나 스포츠클럽들은 선수들이 옮겨 다니며 운동하는 대상들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도자들은 선수에게 애정과 헌신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있을때만 선수와 지도자 관계이고 떠나면 붙잡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과거에도 부모의 변심이 선수의 앞길을 망치는 경우가 있었다. 

지도자들이 해외 투어 지도자로 나서지 않는 가운데 선수들만 헤매고 있다. 정글같은 곳에서 첨단 기술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고 구멍가게도 아니고 슈퍼마켓도 아닌 코스트코와 같은 모든 것을 갖춘 테니스를 해야 하는 데 특별한 지도없이 대회만 출전한다.

주니어대회 많이 출전하면 되는 줄 알고 무기없이 정글 속을 헤맨다. 어른들도 주니어대회만 많이하면 최고인줄 알고 입에 주니어, 주니어를 입에 달고 다닌다.  성인이 되어 프로대회에 들어가면 더더욱 힘겨워 한다. 투어대회는 고사하고 챌린저대회조차 우리나라 선수들의 자취를 거의 찾아 보기 어렵다.  프로의 가장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다.  바닷속으로 말하면 일본 남부 이즈-오가사와라 해구의 해저 8336m에서 서식하는 꼼치류의 일종인 슈돌리파리스 벨예비처럼  심해 바닥의 맨 밑바닥에서 살며 오르지 못한다. 

결국 이유는 지도자 부재였다. 나서지 않는 지도자들이 존재하기에 선수들이 더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랜드슬램을 취재하다 보면 코트에 있는 선수들의 눈을 따라가게 된다. 선수의 눈은 관중석에 앉아 있는 코치에게로 향한다. 볼 하나 터치하고 코치와 눈을 마주친다. 그것이 위닝샷이면 추파를 보내는 선수나 그것을 받는 코치의 눈에서 빛이 난다. 그만큼 그랜드슬램대회 센터코트 대회장은 불꽃 튀는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된다. 톱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큼이나 투어 코치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랜드슬램대회 센터코트 코치 박스에는 자기 선수의 플레이를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마지막 위닝 샷에서 딱 한번 얼굴 표정을 펼 뿐이다. 볼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직업이 바로 코치다. 그중 투어코치는 아주 그럴듯한 직업처럼 들린다. 선수를 지도하면서 매주 수천달러가 걸린 대회를 쫓아다니며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환영 받을 만한 직업처럼 보인다. 대회기간 중에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와 라커룸을 같이 쓰고, 혹 만나게 되는 전설적인 코치들에게서 전설 같은 테니스 이야기를 듣는 일은 전세계 몇 안 되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투어코치는 세계 전체를 사무실로 쓰고 테니스 산업의 최고 레벨에 노출되어 있는 존재다. 이러한 코치에게 맡겨진 일은 오로지 하나. 자신의 선수가 보다 나은 플레이를 하게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투어코치에게 아무 조건이 없는것은 아니다. 투어코치에게는 필수 조건이 있고 아주 정교한 기술의 기본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투어 코치는 선수출신이 대다수이지만 부모나 형제가 하는 경우도 많다. 스탄 바브링카의 코치 망누스 노만은 테니스 지도를 하다가 투어 코치가 된 경우다. 팻 해리슨은 두아들(라이언 해리슨, 크리스 해리슨)을 데리고 다니고 클라우디야 이스토미나는 아들 데니스 이스토민의 엄마 자격으로 투어 코치를 한다.

아시아권에서는 형제가 투어 코치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파라돈 스리차판은 형 타나콘 스리차판과 투어를 다녔고 마이클 장은 형 칼 장과 함께 테니스판을 누볐다. 대만의 루옌순도 형 앤디와 투어를 다니기도 했다.

한때 우리나라 테니스 주니어 지도를 맡았던 ITF 교육담당인 더그 맥커디는 "투어 코치는 아주 특이한 직업"이라며 "코치가 선수에게 고용은 당하되 고용주인 선수를 무섭게 다뤄야 하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코치들은 직업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와 협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때로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아무리 유능한 코치라 하더라도 특정 선수와 평생 지낸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상황이 그렇게 놓아두질 않기 때문이다. 코치가 말할 때 선수가 듣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거나 코치의 조언을 존중하지 않으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이것은 갈라질 상황이다. 좋은 코치는 선수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잘 될 수도 없고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도 없다.

한 운동 선수를 성장시켜 최고의 경지에 올려놓는 일은 매력적이다.  많은 코치들은 투어 코치를 하는 것이 꿈이다. 특정 선수와 여행을 하고 인생의 황금기에 시간을 온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잘 따라주고 원대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그랜드슬램 무대를 누비고 엘리트 선수들의 세계를 접하는 꿈이 있다.  그과정에서 때론 산을 넘어야 하고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과정의 사다리가 끊어져 있다.  그래서 투어 선수하나 나오지 않고 오를 기미조차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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