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오픈 우승한 중국의 부 윤차오케테 트레이너가 경기중에 물에 건강보조식품을 넣고 있다

▲ 서울오픈 우승한 부 윤차오케테는 8살부터 함께한 유진싱코치와 방한했다. 우승후 깊은 포옹을 했다

▲ 정윤성의 복식 파트너로 준우승한 유타 시미즈는 호타 요시노부를 트레이너로, 코마다 마사푸미를 코치로 대동했다

▲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프랑스 장 뤽 폰타노 코치와 투어하는 정윤성

▲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코치 루안 로엘로프스

▲ 리투아니아의 리카르도 베란키스는 레이칙 세바스티안 코치와 투커스 에그리디우슨 피지오를 대동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If you want to go quickly,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 생활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테니스계에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필요한 듯 싶다.

테니스는 1년내내 세계에 자신의 랭킹에 맞는, 출전할 수 있는 대회를 부지런히 찾아 다니는 스포츠다. 

비행기 예약을 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식사를 하고 연습을 해야 하는 순례자의 길이다.  어린 선수들은 부모가 동행을 하지만 어느 정도 성인이 되면 전문 코치와 트레이너가 동행한다. 

한국을 찾은 70여명의 외국선수 가운데 절반 가까운 30명이 코치와 트레이너를 대동하고 방한했다. 서울-광주-부산으로 이어지는 한국 챌린저 시리즈에서 한점이라도 더 획득해 랭킹을 올리고 4대 그랜드슬램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이들 코치와 트레이너의 식사와 잠자리 제공은 선수가 감당해야 한다. 호텔과 경기장 이동은 대회본부에서 제공한다지만 경기장에서 먹는 점심식사도 코치와 트레이너는 2만원을 내고 먹어야 한다. 선수 지갑에서 나간다. 그래서 상당수는 근처 빵집에서 빵과 커피로 하거나 선수 라운지에 있는 바나나와 물로 견딘다.   선수가 승리를 하면 그날 저녁은 근사하지만 저렴한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를 하기 마련이다. 그것도 다 선수가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선수들은 홀로 대회를 다닌다. 이름모르는 관중의 박수에 힘을 얻어 경기를 한다. 코치와 트레이너를 대동한 선수들은 기약없는 대회에 출전해 결승에 오르고 우승하면 그간의 고생이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코치와 감격을 나눈다.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정윤성이 프랑스 장 뤽 폰타노 코치와 2년 넘게 국제대회 출전하며 다닌다. 의정부시청에서 받는 월급이 고스란히 들어가고 모자라는 것은 집에서, 몇몇 보이지않는 손길이 거든다.

어렵기는 외국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중간에 탈락하면 다음 일정까지의 본인 비용과 코칭 스태프 비용까지 모두 감당해 가능하면 금요일까지는 서바이벌하려고 한다. 

테니스 투어는 누가 얼마나 버티냐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챌린저대회 본선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버짓이 이정도인데  M15, W15 다니는 선수들은 적자일 수 밖에 없다. 

아주 특출난 체격과 체력, 강서브, 강한 포핸드, 볼 리턴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갖추지 않고서는  코치 대동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것에 도전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나마 이번에 한국을 찾은 70여명의 외국 선수들 가운데 100위안에 들어 4대 그랜드슬램 본선에 자동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우 1년에 적어도 3억원 가량의 투어 재원이 기본적으로 마련되어 그나마 낫다. 

부산오픈 챌린저 예선에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한명도 예선 통과를 하지 못했다. 

의정부시청 손지훈이 예선 2회전에서 서울오픈 복식 우승자 야스타카 유치야마에 67<7> 63 16으로 아깝게 본선 티켓을 놓쳤다. 

비로 인해 예선 경기 일정이 밀려 하루 두경기를 한 신우빈은 1회전에서 일본의 700위대 선수 다이스케 스미자와에 2-6 6-3 6-2로 역전해 이기고 이어 열린 예선 결승에서 호주의 룩 사빌(복식 86위)에게 1-6 3-6으로 패했다. 김영석, 이덕희(세종시청), 이재문(KDB산업은행),안석이 와일드카드나 예선 빈자리에 자동으로 들어가 경기했지만 1회전 고비를 넘지 못했다. 

좋은 와일드카드의 특혜를 제공해도 들판에서 야생마로 커가는 투어다니는 헝그리 선수들에게 이기기 어렵다.  우리 선수들이 코치없이 다니는 것은 투어 경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 선수들은 일단 성적과 랭킹에 따라 미츠비시 중공업 등에서 후원을 받는다. 

서의호 기술위원은 "모든건 선수 자신에 달렸다. 코치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파부침선(破釜沈船 솥을 깨뜨려 다시 밥을 짓지 아니하며 배를 가라앉혀 강을 건너 돌아가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죽을 각오로 싸움에 임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각오로 덤벼야 한다.  코치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부모라도 같이 다니면서 파부침선의 자세로 덤벼야  유리천정을 뚫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