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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달구는 이건희 컬렉션전
글 사진 양구=박원식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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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25  10: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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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1962년작 '아기 업은 소녀' 정면 그림

양구는 테니스계에선 테니스대회 많이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1년에 21개 대회가 열린다. 새벽 4시반에 꼬끼오 닭소리에 잠이 깨고 삼복 더위에도 열린 창문 닫고 이불 덮고 자는 곳이 양구다.  양구에서 최근 테니스대회 취재로 네번의 아침을 이렇게 맞이했다. 아침 6시에는 운좋게 국토정중앙면 용하초등학교 옆 테니스장에서 새벽 운동을 하는 호사도 누렸다.

24일 대회 취재를 마치고 귀가길에 동네 아파트 벽마다 그려져 있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이 모여있는 양구박수근미술관을 찾았다.  대구 대륜중학교 이호칠 선생으로 부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있다는 이야기에 들렀다. 아니나 다를까 놀라웠다.  

양구 박수근미술관은 지난 5월 6일부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가한 봄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 업은 소녀'를 열어 관람객이 3~4배 늘었다고 한다. 주중에는 100명, 주말에는 300명 이상 찾아온다. 엄선미 박수근미술관장은 "인근 지역 뿐만 아니라 대구, 김해, 부산,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관람하러 오고 자원봉사자들이 미술관 운영을 돕고 있다. 이렇게까지 이건희 컬렉션에 관심이 뜨거울 줄 몰랐다"며 "양구군 의회에서도 소장품 구입비를 늘려주겠다고 전폭적 지지를 보내줘 신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박수근미술관은 10월 17일까지 박수근 1962년작 '아기 업은 소녀', 1964년작 '농악', 1950년대 '한일'(閑日·한가한 날), 1963년작 '마을풍경' 등 유화 4점과 드로잉 14점 등 18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 작가의 작품을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박수근 작품 가운데 대작은 드문데 거의 다 이회장이 소장했다. 

51세에 간경화로 갑작스레 작고하기까지 그림을 팔아 가족을 먹여 살리던 가난한 가장 박수근은 대작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좁은 한옥, 비가 그대로 들이치는 대청마루가 아틀리에였다고  한다.  작품의 80%가 손바닥 2개를 펼쳐 놓은 듯한 3, 4호짜리 소품이었다. 

   
 

이 회장이 높이 평가하며 반한 이런 독창성은 박수근이 독학 화가라는 점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다. 박수근은 미술교육은 물론 고등교육도 받지 못했다. 양구의 독실하고 부유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할아버지의 광산사업이 실패하면서 7살 때부터 가세가 기울어 보통학교(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다. 유난히 미술 성적이 좋았던 소년 박수근은 12세 때 밀레의 ‘만종’을 보고 이렇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이담에 커서 밀레와 같이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해주세요.”

연필 살 돈이 없어 뽕나무 가지를 태워 만든 목탄으로 혼자 연습하던 박수근은 일약 18세에 수채화 ‘봄이 오다’(1932년)로 국전에 입선하며 화가의 꿈을 이뤘다.  아기 업은 소녀,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 시장에서 좌판을 펴놓고 장사하는 여인 등 현장 속의 서민들을 화폭에 담았다.

박수근의 작품에는 유독 여성이 많이 등장한다. 빨래하고 아이를 돌보고 절구질을 하거나 생계 전선에 나서 좌판에 앉아있는 이들이다. 전쟁 이후 성인 남자가 부재한 현실의 반영이거나 21세에 암으로 모친을 잃은 뒤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박수근의 모성에 대한 갈망의 반영일 수 있다. 가난했던 화가는 생전에 개인전 한 번 열지 못했다.  작고한 해인 65년 서울 중구 소공동 중앙공보관에서 유작전을 처음 열었다. 사후에 양구군에서 미술관을 지어 기리다가 올해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이 기증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빈센트 반 고흐가 박수근 화백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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