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기온은 떨어지고 바람은 차다. 운동하기 참 힘든 계절이다.
테니스의 장점 중 하나는 파트너의 호흡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파트너로서 가장 좋은 사람은 나의 단점을 커버해주고 함께 있으면 1+1=2가 아닌 3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누가 그런 사람일까? 우리 주변을 찾아보면 그런 사람이 참 많다.
고미주(67년생,명문클럽). 2012년 KATA 국화부 랭킹 1위.
그녀가 테니스에서 이룩한 올해의 성적표다.
월곡동에서 둥지를 튼 명문클럽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는 겨울처럼 차가운 여자인줄 알았다.
그러나 취재를 시작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교실에 피워 놓은 난로처럼 참으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와의 테니스 인생에 대한 일문일답이다.

- 구력과 테니스를 접하게 된 동기는?
테니스를 시작한지는 20년정도 되었다. 남편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테니스를 알게 됐다. 그때가 23살 이었는데 데이트 하면서 라켓을 잡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남자 친구가(남편) 사설코트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권유에 의해 라켓을 잡았다가 27살부터 본격적으로 테니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시작한지 5년 만에 우승을 했다는 말이 있던데?
지금은 규정이 바뀌었지만 내가 테니스를 시작할 때는 만 30세가 되어야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졌다. 그런 규정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대회에 참가해 결승에 올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만30세가 되어야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바로 포기했다. 처음 결승에 오른 것이라 참 안타까웠지만 규정은 규정이니만큼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만29세였다. 그 다음해, 바로 개나리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내 성격이 무엇엔가 필이 꽂히면 한 없이 빠져드는 성격이다. 지금도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그땐 정말 테니스가 내 모든 것 인 것처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 게임 중 오버헤드 점프 스매싱 하는 것을 보았는데 혹시 선수생활을 하였나?
난 순수한 동호인이다. 나를 처음 가르쳤던 분은 지금 광명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덕만 코치인데 처음 1주일 동안 공을 만져보지도 못하게 하고 스윙 폼만 연습 시켰다. 처음엔 힘드니까 스윙연습만 시키나 보다 하고 불만도 많았다. 많은 분들이 내 폼이 예쁘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이 자신의 주관대로 아주 잘 지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항만청 선수들이 내가 속해 있는 코트에서 매일 연습을 하였다.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을 계속 지켜 보고 게임 하면 심판도 봐주고 하다 보니 시간 날 때 선수들이 나와 난타를 많이 쳐 줬고 많은 팁을 알려줬다. 테니스를 시작할 때 좋은 선생님과 선수들을 만난 것이 나에겐 행운이었다.

- 올해를 비롯 9년 동안 KATA 국화부 랭킹 1위를 했는데 비결이라도?
그 첫 번째는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몸 때문인 듯하다. 어려서부터 난 모든 운동을 좋아했고 잘했다. 특히 달리기는 동기 남자들보다 잘 뛰었다. 우리가 7남매인데 나뿐만이 아니고 다른 형제들도 다 운동을 잘한다. 그 중 3명은 테니스를 함께 하고 있고 시동생은 전국대회 입상자의 실력 이다.
공기훈 코치에게 레슨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나의 운동 습득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테니스가 나의 적성에 맞는 운동인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를 뽑으라면 항상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과 운동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난 지금 명문클럽에서만 활동을 하고 있는데 클럽 회원들의 대부분이 남자들이고 상위 랭커들이다. 그 분들과 항상 함께 운동을 하다 보니 내 실력도 함께 올라가는 듯 하다. 운동은 일주일에 3~4일 정도 하는데 2~3게임 이상은 하지 않는다. 단 매 게임 최대한 집중하여 임한다. 테니스는 집중력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따로 몸 관리 같은 것을 하는 것은 없나?
특별히 하는 것은 없다( 웃음 ) 다만, 한가지 꼭 들어라 한다면 난 오른손 잡이인데 평상시엔 오른손을 많이 쓰지 않고 왼손을 많이 쓰려 한다. 특히 무거운 것 같은 것은 절대 오른손으로 들지 않는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2010년 국화부 마지막 시합 32강 5:0으로 게임을 지고 있었다. 여기서 지면 랭킹2위로 마감하는데, 파트너 언니에게 우리 맘 비우고 한 게임만 생각하자고 하면서 편하게 경기에 다시 임했는데 역전을 시켜 결승까지 진출 랭킹1위를 했다. 올해 마지막 게임인 동운배에서도 데쟈뷰처럼 그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결승에서 허리 근육 부상으로 기권 패 하였지만 마지막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어서 1위로 올해를 마감할 수 있어 기분이 매우 좋았다.

- 송영길 인천시장과 자주 만나는 사이라던데?
(호호 웃음) 자주 만난다. 인천 시장이 남편 1년 후배이고 고향이 전남 고흥으로 나와 같다.
남편을 통해서 인천시장을 알게 되었고 틈틈이 시간 날 때 남편과 함께 가서 시장님과 운동을 한다. 종종 내가 레슨을 해 드리기도 하고 난타를 많이 친다.

- 인천 시장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
딱히 어느 정도라 말씀 드리기는 그렇고 게임을 재미있게 할 정도는 실력이 된다. 지금은 시기가 시기인지라 잠시 운동을 못하고 있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만나서 난타도 치고 꼬박 꼬박 게임도 했다.
워낙 운동신경이 있으신 분이라 금방 테니스 실력이 느는 듯 하고 테니스 매니아가 다 되었다. 테니스 피플에서도 언제 한 번 취재해 보심이?( 웃음 )
 

- 모이면 주로 어디에서 운동을 하시나?
처음에는 장소를 한 곳 정해서 함께 만나서 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인천에 있는 각 코트를 돌아 다니며 운동을 한다. 시장님도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각 클럽에서도 시장님과 게임을 하며 격의 없이 다가오니 매우 좋아하고 즐거워한다. 시장님이 오신다 하면 아이들까지 코트에 나와 사인을 받아 가곤 한다.
테니스의 매력이 그런 거 아닐까? 사람과 사람을 매우 긍정적으로 연결 시켜주는 묘한 매력이 있지 않나?

- 테니스에 있어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KATA 성기춘 회장이다. 그분은 자신의 사업 보다도 KATA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생활을 하신다. 성회장이 안했다면 우리나라 동호인 대회가 이리 활성화 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난 성회장님이 가장 존경스럽다.
연말이 되면 1년 동안 무엇을 했을까? 를 되돌아 보는데 대회를 다니다 보면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내년에는 다른 것을 해봐야지 하다가 15년을 보냈다. 벗어나보고 싶은 생각을 해보지만 테니스에 중독이 되어 그게 결코 쉽지 않다. 내가 재미있는 것은 내가 행복한 것이다. 이것을 버리면 행복할까? 결국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겠죠?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 있으면 해보시라 했더니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