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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보자마자 울고 말았어요"내가 처음 만난 페더러와 윔블던
이다인(테니스피플윔블던투어단)  |  tennis@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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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8  13: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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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번 코트에서 연습하는 페더러를 만났다

스무 살 처음 경험하는 대학 생활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부분 중 하나는,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걸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페더러를 좋아한다는걸 모든 대학 동기들한테 광고하다시피 알리고다녔을때 동기 한 명이 한마디 툭 던졌다. "윔블던 한 번 가야겠네" 그 한마디에 나는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읽어 왔던 테니스 피플 홈페이지 하단의 투어단모집문구가 떠올랐다. 그리고 말그대로 홀린듯이 윔블던 투어단에 지원했다.

지인들도 모두 놀란 결정이었다. 훨씬 가까운 상하이 마스터즈처럼 페더러가 출전하는 대회는 많은데 왜 그렇게 멀고 힘든 윔블던이냐고 의아해했다. 윔블던은 그 대회 자체만으로도 내게 큰 꿈이었다. 전통과 최고의 권위, 상징색인 보라색과 초록색으로 꾸며진 경기장. 선수들이 흰 색 옷만을 입어야하는 규정도 고리타분한 관습이라고 하는 의견도 많지만 나에겐 수많은 대회 중 윔블던이 특별하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페더러가 8회 우승을 있을만큼 그와 인연이 깊은 대회이기도 하다. (2017년 우승장면은 아직도 날 감격케한다.)

수많은 이유들이 나를 런던행 비행기에 실었다. 윔블던 개막 첫 날엔 페더러의 경기가 없었지만 윔블던을 얼른 경험하고 싶어서 새벽 4시반쯤 도착했다. 윔블던의 전통 중 하나인 줄서서 티켓사기는 애초에 체력적으로 힘들다는걸 잘 알고 갔기 때문에 내겐 딱히 큰 문제가 되지않았다. 오히려 그 많은 사람이 새벽부터 오로지 윔블던을 위해 그렇게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 이 대회가 지니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해줬다. (물론 게이트를 지날 때 뜨거운 햇살 아래의 오랜 기다림은 지치기는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일종의 입장권인 그라운드패스를 구매하고 드디어 윔블던 경기장에 들어섰다. 사다리를 타고 매일 판을 이동시키는 경기순서 보드를 제일 먼저 볼 수 있었다. 옆에는 대진표가 있었는데 맨 아래에 위치한 roger federer 라는 작은 글씨는 나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세상의 모든 보라색 꽃을 다 가지고 와서 꾸며놓은 듯한 아름다운 경기장을 구경하면서 이 대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동원됐을지 느꼈다.

10시 반, 공식적으로 경기장 전체를 오픈하는 시간이다. 시간이 되자 안내방송이 나오며 코트로 입장할 수 있게 되었고, 권순우 선수의 1회전을 보기 위해 18번 코트로 향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경기를 기다리는데 윔블던 개막을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여성분의 멋진 목소리로 안내 방송이 나왔다. 모든 테니스 선수들의 꿈이자, 많은 역사를 만들어낸 바로 그 곳의 개막을 내가 함께한 것이다.

   
▲ 페더러와 나달 2008년 경기 기록 4시간 48분. 

날씨는 뜨거우리만큼 화창했고, 잔디코트는 아름다웠다.

18번 코트 좌석에서 다음 날 페더러의 경기가 있을 센터 코트를 바라보던 와중, 권순우선수와 카차노프선수가 입장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경기는 내게 명경기였다. 권순우 선수는 중요한 순간에 브레이크를 하면서 많은 순간 경기를 본인 쪽으로 끌어왔다. 좋은 샷을 칠 때마다 관객들은 큰 리액션을 해주었다. 코트 안의 많은 사람들이 권순우 선수를 응원하고있다는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지구 반 바퀴를 돈 영국 윔블던에서 한국 선수의 좋은 본선 경기를 바로 앞에서 직관했다는게 신기했다. 첫날부터 좋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윔블던의 또 다른 상징인 딸기와 크림을 먹으며 아름다운 경기장을 전체적으로 둘러봤다. 윔블던 구석구석을 알아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프닝 첫 날도 물론 많은 사람이 윔블던은 방문했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시작은 페더러와 나달이 동시에 경기를 하는 2일차였다. 나 역시 페더러의 경기를 아오랑이 언덕에 앉아서 전광판으로 응원하는게 위시리스트였다. 애초에 페더러의 경기를 직관하고자하는 욕심은 없었다.

경기 전날, 또는 이틀 전에 텐트를 치고 대기해야 간신히 페더러가 경기하는 코트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나에겐 한 마음 한 뜻으로 페더러를 응원하는 팬들 사이에 앉아 그를 응원하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1회전에서 로이드 해리스에게 1세트를 뺏겼던 페더러에게 아오랑이 언덕의 팬들은 더 큰 응원을 해줬다. 다행히 2 세트부터는 코트에 적응한 듯 잘 경기를 풀어가는 듯하여 안도했다.

권순우 선수의 경기를 볼 때도 느꼈지만 프로 선수들의 공은 정말 빠르고 무겁다. 나를 포함한 페더러의 팬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한가지도 그렇게 넘기기도 힘든 공을 우아하고 쉽게 치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유려함이 아닐까.

페더러의 마법같은 경기가 끝나고 친구와 자리를 옮기기위해 움직였다. 1번 코트 앞에서 짐을 정리하고 오는데, 친구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1번 코트 티켓 양도받았어!" 그 때 1번코트에서는 나달의 경기가 막 시작되고 있을 참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한 노부부가 1번코트 티켓 2장을 양도하고 간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의 행운은 그 뿐만은 아니었다. 페더러의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존 메켄로를 만났고 그에게 싸인도 받았다.

연속된 큰 행운에 놀라며 나와 친구는 약간의 대기시간을 거쳐 나달의 경기를 직관했다. 나달의 공은 테니스를 치지 않는 내가 보아도 신기했다. 코트를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아 보이는데도 네트 바로 위로 지나가고 코트 구석구석에 공이 꽂혔다. 무엇보다 디펜스는 내가 상대선수였다면 지칠 정도로 대단했다. 아직도 나달이 특유의 루틴인 물병 세우기를 하는게 눈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한참 공부할 고등학생임에도 페더러의 모든 경기를 보고자했었던 나에게 페더러를 직접 보는 것만큼 큰 행운이 있을까. 그렇기에 윔블던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날, 9번코트에서 연습하고 있는 페더러를 봤을 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경기 전에 간단하게 몸을 푸는 연습임에도, 영상에서 보던 부드러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그의 움직임, 눈빛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내 옆의 사람도 앞의 사람에게서도 그를 향해 보내는 애정이 담뿍 느껴졌다.

연습 상대 선수 포니니에게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페더러를 보면서 그를 가장 인기있는 선수로 만든 것은 테니스 커리어 그 자체도 크지만, 본연의 매력도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부터도 그가 그랜드슬램 20회 우승을 달성했다는 것 때문에 그의 팬이 된 것이 아니다. 누구도 따라하지 못하는 우아한 스타일과 겸손하고 재치있는 말솜씨, 20년이 넘는 꾸준함. 그를 가장 사랑받는 선수로 만든 것은 아주 많은 이유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누가 GOAT인가 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부딪히지만 누가 가장 사랑받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누군가가 그의 커리어를 뛰어넘는다고해서 그의 인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페더러는 지금의 테니스의 이미지를 만들어놓은 큰 중심이다. 그리고 그런 페더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대회는 바로 이 윔블던이다. 내가 다시 이렇게 멋진 곳에 다시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확실한건 처음 온 윔블던은 내게 아주 많은 선물을 해 주었다.

   
이다인(청주교대 1학년)

아마 난 평생토록 이 보라색과 초록색의 향연을 잊지 못할 것이다. 특정 선수의 팬이 아니더라도, 테니스를 치지 않더라도, 윔블던은 누구에게나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아마 이 아름다운 곳에 와서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을 지켜본다면 아주 작더라도 한 역사의 일부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 살에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되어 진심으로 기쁘다.

이런 기회를 주신 박원식 편집국장님에게 감사드리며, 그리고 페더러가 윔블던에서 순항할 수 있기를 바라며 소감을 마친다.

 

 

 

   
▲ 페더러 연습 10분만 보고나서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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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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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i
글 아주 잘 쓰셨네요. 페더러를 직접 보셨다니 많이 부럽습니다.
(2019-07-10 12:39:36)
willchung
올해 상하이마스터스 투어단에 참가하시면 또다시 볼 수있어요....

중간고사 기간인가!!!

(2019-07-08 16:37:48)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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